글제목 : [논평] 한전, 자바 9·10호기 석탄화력발전사업 투자결정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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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감시센터 작성일 20-07-03 10:41본문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는 6월 30일 임시 이사회를 통해 인도네시아 자바 9, 10호기 석탄화력발전사업(이하 “자바 9·10호기”) 투자 결정을 내렸다. 에너지전환포럼은 한전이 경제적으로 지속가능하지 않고, 기후위기를 더욱 심화함으로써 우리의 지속가능한 삶도 위협하는 석탄발전 투자를 결정한 것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석탄발전소를 하나라도 줄여 기후위기를 막아야 하는 전 지구적 기후위기 비상 상황에서, 한전이 한국의 공적금융과 함께 대규모 석탄발전소를 늘리는 것은 대상지가 해외라 하더라도 무책임한 결정임이 분명하다. 전 세계 과학자들은 기후위기로 인류가 전에 없던 재난과 생존의 위협을 겪게 될 것이라 경고하면서, 돌이킬 수 없는 생태계 붕괴의 마지노선을 넘지 않기 위해 OECD 국가들에서는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는 2040년까지 석탄발전을 퇴출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한전의 이번 투자 결정으로 2050년까지 약 2억 5천만 톤의 엄청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석탄발전소가 세워지게 된 것이다. 이는 스페인의 1년 온실가스 배출량과 맞먹는다. 석탄발전소를 하나라도 줄여 기후위기를 막아야 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석탄발전소를 짓는 것은 기후위기를 더욱 심화하는 잘못된 결정이 아닐 수 없다.
한전의 해외석탄 투자 결정은 국제사회의 경제적 흐름에도 역행하는 것이다. 유럽 등의 선진국은 석탄발전소 설비를 가동할 수 있음에도 설계수명보다 일찍 폐쇄해 나가고있고, 각종 규제를 통해 석탄발전소의 이용률을 낮추고 있다. 또한, 주요 은행들은 자국의 석탄발전소뿐 아니라 해외석탄발전소 건설 투자를 철수하고, 대신 재생에너지 확대에 투자하고 있다. 한국은 코로나-19 대응에서 드러난 것처럼 이제 명실공히 선진국으로서 국제사회의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해야 하는데, 재생에너지 사업이 아닌 사양화되고 있는 석탄발전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건 경제적으로도 잘못된 결정이다.
자바 9·10호기 투자는 사업성이 부족하고 좌초자산 위험이 커 한전의 지속가능성에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예비타당성조사에서 자바 9·10호기 사업을 두 차례나 사업성이 부족하다고 결론지었다. 사업성 부족 평가를 받은 예비타당성조사에서도 평균 계획 송전비율 78.8%를 25년 이상 안정적으로 달성하는 것을 전제로 작성되어 있어, 송전비율이 이보다 낮아지거나 운영기간이 짧아지면 손실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말했듯 기후위기로 전 세계의 많은 석탄발전소가 조기 폐쇄하여 좌초자산화하고 있기에 한전의 손실은 예비타당성조사에서 전망한 것보다 훨씬 커질 가능성이 크다. 석탄발전이 좌초자산으로 전락하게 되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손실이 예상되는 한전이* 석탄발전에 추가로 투자하는 것은 스스로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잘못된 결정이며, 공기업으로서의 이러한 손실은 결국 국민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 자명하다.
한전은 자바 9·10호기 투자에 대한 비판에 대해 “한국이 투자를 안 해도 중국이 투자할 사업이기에 어차피 온실가스는 배출된다”고 답했다. 그리고 “국익과 공공성을 고려하면 사업 타당성이 있다”고 강변했다.
이는 중국이 ‘기후악당’이 되느니 한국이 ‘기후악당’이 되겠다는 무책임한 주장이다. 또한, 국익과 공공성이 무엇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공공성이 ‘국민의 안전’과 ‘한전의 재무적 리스크’를 담보로 한 특정 기업에 대한 특혜 지원이 공공성은 아니다. 해외석탄투자 결정은 기후위기로 위협받는 자국민을 위한 결정도 아니고, 정부의 세금과 전기요금으로 운영되는 한전 경영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 결정이다.
최근 인도네시아에서도 에너지전환의 큰 흐름이 보이고 있다. 지난 2월 발표된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EEFA)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2025년 전력 비중에서 재생에너지를 23%(‘18년 11.7%)로 상향 제시하는 목표를 발표했다. 이어 노후 디젤발전소 2,246개와 석탄발전소 23개 등을 재생에너지 발전으로 대체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인도네시아에서도 석탄발전소보다 훨씬 더 크고 매력적인 재생에너지 시장이 있으며 그 시장이 점점 커져가고 있는 것이다. 한전은 지구 생태계와 한전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잘못된 결정을 더 늦기 전에 철회하고 국내는 물론 해외 재생에너지 사업에 투자해야 한다.
기후위기 대응과 그린뉴딜 이행은 우리나라의 생존 문제이다.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짊어져야 하는 사회적 책임이자,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도 과학적이면서 미래지향적인 접근으로 발 빠르게 나서야 한다. 한전의 이번 결정은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 추진의 일관성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전기요금 인상의 정당성을 해치는 것이다. 한전은 더 늦기 전에 석탄발전 투자를 멈춰 ‘기후악당’의 오명을 벗고, 재생에너지 투자로 지구를 지키는 ‘기후선도 기업’이 되는 과감한 결정을 내리기 바란다.
*영국의 금융 싱크탱크인 카본트레커 이니셔티브의 ‘저렴한 석탄, 위험한 착각: 한국 전력 시장의 재무적 위험 분석 보고서(2019)’에 따르면 한국은 파리기후협정 목표 이행을 위해서는 2040년까지 모든 석탄발전소를 폐쇄해야 하는 상황이며, 한국이 현재처럼 석탄발전을 계속하게 될 경우 손실액은 1060억(127조원)달러에 달해 세계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이중 한전의 손실액은 997억(117조원)달러로 한국의 전체 손실액의 94%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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